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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찌나요?

2026-07-26 · 윤정이 원장

비만약 주사를 맞으며 체중이 쑥 빠지신 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시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거 끊으면 도로 다 찌는 거 아니에요?" 어렵게 줄인 몸을 다시 잃을까 봐 불안한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을 갑자기 끊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상당수에서 빠졌던 살이 다시 찝니다. 다만 "원래보다 더 찐다"거나 "노력이 다 헛수고가 된다"는 뜻은 아니며, 끊는 방식과 끊은 뒤의 관리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 왜 다시 찌는지, 얼마나 찌는지, 어떻게 하면 덜 찌는지, 그리고 약을 끊어도 되는 경우는 언제인지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약을 끊으면 다시 찌나요?

가장 먼저 받아들이셔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비만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습관'이 아니라, 혈압이나 당뇨처럼 몸의 조절 시스템이 관여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몸에는 체중을 일정 범위로 지키려는 '체중 설정값(set point)'과 비슷한 방어 기전이 있습니다. 살이 빠지면 몸은 이것을 일종의 위기로 받아들여, 식욕을 키우는 호르몬(그렐린)은 늘리고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렙틴, 펩타이드 YY 등)은 줄이며, 에너지 소비(기초대사량)까지 낮춰서 빠진 체중을 되돌리려 합니다. 이 변화는 살을 뺀 뒤에도 최소 1년 이상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다시 찌는 것은 환자분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반응입니다.

비만약(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 같은 GLP-1 계열)은 바로 이 식욕 신호에 작용해 덜 먹게 만들어 체중을 줄여줍니다. 그래서 약을 끊으면 눌러두었던 식욕이 되살아나고, 몸은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힘을 다시 발휘하게 됩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이 점을 처음 약을 시작하실 때부터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약은 '체중을 깎는 도구'이지 '체중 방어 기전을 영구히 꺼버리는 스위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얼마나 다시 찌나요?

이 부분은 추측이 아니라 잘 설계된 임상연구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를 본 STEP 1 연구의 연장 분석에 따르면, 68주간 치료로 평균 체중의 약 17%를 줄였던 참가자들이 약과 생활습관 중재를 모두 중단한 뒤 1년이 지나자 빠졌던 체중의 약 3분의 2를 다시 회복했습니다. 치료 중 좋아졌던 혈압·혈당 같은 대사 지표들도 대부분 원래 수준 쪽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 성분)를 본 SURMOUNT-4 연구에서도, 약을 끊은 뒤 1년 동안 평균적으로 상당한 체중 재증가가 관찰되었고, 특히 처음에 많이 빠졌던 분들에서 재증가 폭도 컸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낙담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첫째, '3분의 2가 돌아왔다'는 말은 뒤집으면 3분의 1만큼은 약을 끊은 뒤에도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둘째, 이 연구들은 약을 끊은 뒤 특별한 추가 관리를 강하게 더하지 않은 평균적인 경과입니다. 즉 어떻게 끊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결과는 평균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연구들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비만이 고혈압처럼 '관리하는 병'이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대한비만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진료지침은 비만을 만성·재발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충분한 효과를 본 경우 약을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권고합니다. 고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오르는 것을 두고 "약이 실패했다"고 하지 않듯이, 비만약을 끊어 체중이 오르는 것도 약의 실패가 아니라 병의 성질이라는 관점입니다.

약을 평생 맞아야 한다는 뜻인가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십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의 근거로 보면, 의학적으로 비만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계속되는 한, 약 역시 어느 정도 장기적으로 함께 가야 효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제약회사 마케팅이 아니라 위에서 말씀드린 임상연구와 진료지침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입니다.

다만 '평생'이라는 단어에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기 치료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용량을 끝없이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감량하고 안정되면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낮추거나 간격을 조절하는 등 '가장 낮은 유효 용량으로 유지'하는 방향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약을 일률적으로 길게 쓰자고 밀어붙이기보다, 환자분의 목표 체중·동반질환·부작용·생활 여건을 함께 보고 "지금 이 시점에 약이 더 필요한가"를 주기적으로 다시 판단합니다. 필요가 줄면 줄이고, 끊어도 되는 상황이면 끊습니다. 그것이 정직한 진료라고 생각합니다.

약을 끊을 때 요요를 줄이는 방법은 없나요?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사실 환자분이 가장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영역입니다. 끊은 뒤 다시 찌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정도를 의미 있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첫째, 갑자기 끊지 말고 계획적으로 줄이세요.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편이, 어느 날 뚝 끊는 것보다 식욕 반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근육을 지키세요. 살이 빠질 때는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함께 빠지기 쉽고, 약을 끊고 다시 찔 때는 주로 지방이 붙습니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더 찌기 쉬운 몸이 됩니다. 그래서 약을 쓰는 동안부터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주 2~3회 이상, 스쿼트·밀기·당기기 같은 큰 근육 운동)을 병행하시는 것이 끊은 뒤를 위한 가장 든든한 보험입니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이 근육 보존과 포만감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됩니다.

셋째, 약이 있는 동안 '약 없이도 지킬 습관'을 미리 만드세요. 식사 패턴, 활동량, 수면, 음주 같은 토대를 약효가 받쳐줄 때 몸에 익혀두면, 약을 줄이거나 끊은 뒤에도 그 습관이 체중을 붙잡아 줍니다. 약은 식욕을 눌러줄 뿐, 새 습관을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이 세 가지는 화려하지 않지만, 약을 끊은 뒤의 결과를 가장 크게 좌우합니다.

그래도 약을 끊어도 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모든 사람이 약을 길게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끊어도 되거나, 오히려 끊는 편이 나은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부작용이 견디기 어렵거나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무리해서 버티실 필요가 없습니다. 임신을 계획하시는 경우에는 사전에 약을 중단해야 합니다. 또 목표했던 건강 지표가 충분히 개선되었고, 약 없이도 생활습관만으로 유지가 가능하다고 의료진이 판단하면 단계적으로 끊어보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끊은 뒤 손을 놓는 게 아니라, 체중과 대사 지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다시 오르는 신호가 보이면 빠르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내과와 피부 진료를 함께 보는 동네 주치의로서, 비만약을 '체중계 숫자'만으로 보지 않습니다. 혈압·혈당·간수치·콜레스테롤 같은 내과적 지표와 전반적인 컨디션을 함께 보면서, 이 약이 지금 이분께 정말 필요한지, 줄여도 되는지, 끊을 때가 되었는지를 같이 판단합니다. 약을 권하는 것도, 안 써도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같은 기준에서 정직하게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을 끊으면 끊기 전보다 더 살이 찌나요? A. 일반적으로 '원래 체중보다 더 많이' 찐다기보다는, 빠졌던 체중의 상당 부분이 원래 쪽으로 돌아가는 양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에서도 평균적으로 빠졌던 양의 일부는 끊은 뒤에도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근육을 잃은 채로 끊으면 더 찌기 쉬운 몸이 될 수 있어 근육 관리가 중요합니다.

Q. 약을 끊었다가 다시 시작해도 효과가 같나요? A. 다시 시작하면 대체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끊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지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습니다. 자의로 끊고 재시작을 반복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일관된 계획을 세우시는 편을 권합니다.

Q. 천천히 끊으면 요요가 안 오나요? A. 천천히, 계획적으로 줄이는 것이 갑자기 끊는 것보다 식욕 반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안 온다'고 약속할 수는 없으며, 끊는 속도보다 끊은 뒤의 식사·운동·근육 관리가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합니다.

Q. 그럼 처음부터 약을 안 쓰는 게 낫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약으로 체중을 줄이는 동안 혈압·혈당 등 동반질환이 좋아지고, 운동과 식습관을 바꿀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약을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약이 주는 시간을 활용해 장기 관리 계획을 함께 세우느냐입니다.

비만약은 마법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도구를 언제 쓰고, 어떻게 줄이고, 무엇으로 그 자리를 채울지를 함께 설계하는 것, 그것이 요요를 가장 크게 줄이는 길입니다. 끊는 것이 두려우셨다면, 그 두려움 자체가 이미 잘 관리하고 계신다는 증거입니다.

글 · 한마음플러스의원 내과 윤정이 원장 (내과 전문의·의학박사)

혼자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같이 보면 됩니다.

작성·의학 검토: 윤정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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