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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약 대신 식단으로 조절할 수 있나요?
2026-07-08 · 윤정이 원장
진료실에서 당뇨 진단을 처음 받으신 분이 가장 자주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약은 정말 먹기 싫은데요. 식단으로만 어떻게 안 될까요?" 약을 한번 시작하면 평생 끊지 못한다는 두려움, 약에 의지하는 것이 곧 내 몸이 망가진 증거라는 불안. 그 마음을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뇨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고 과체중이 있는 분"이라면 식단과 체중 감량만으로 혈당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이 실제로 가능합니다. 다만 "오래된 당뇨"나 "마른 당뇨"라면 식단만으로는 어렵고, 이때 약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췌장을 지키는 도구입니다. 즉 정답은 "예" 또는 "아니오" 하나가 아니라, 당신이 어떤 당뇨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늘은 그 갈림길을 솔직하게 짚어 드리겠습니다.
먼저, 당뇨에서 '식단으로 조절된다'는 말의 진짜 의미
같은 당뇨라도 출발점이 다릅니다. 우리 몸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을 낮추는데, 제2형 당뇨병은 (1) 인슐린이 잘 안 듣는 '인슐린 저항성'과 (2) 인슐린 분비량 자체가 줄어드는 '췌장 기능 저하'가 겹쳐서 생깁니다.
여기서 핵심은, 저항성은 살을 빼면 상당히 되돌릴 수 있지만, 이미 망가진 췌장 세포는 식단으로 되살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식단으로 조절된다"는 말은 정확히는 "인슐린 저항성이 주된 원인이고, 췌장이 아직 충분히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뜻입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같은 당화혈색소 수치라도 "이분은 저항성형인지, 분비저하형인지"를 먼저 구분합니다. 이 구분이 약을 줄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식단만으로 당뇨가 좋아진다는 근거가 정말 있나요
있습니다. 그것도 꽤 강력한 근거입니다.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인 DiRECT 연구에 따르면, 약 대신 저칼로리 식이 중심의 강력한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받은 환자의 약 45.6%가 12개월 시점에 당뇨 '관해(remission)'에 도달했습니다. 관해란 약 없이도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온 상태를 말합니다. 약을 한 알도 쓰지 않고 거의 절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식단으로 안 되냐"는 질문에 대한 분명한 과학적 대답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더 중요한 사실은 '왜 좋아졌는가'입니다. DiRECT 연구에서 관해는 체중 감량 폭에 거의 비례했습니다. 체중이 전혀 줄지 않은 사람은 관해율이 0%였던 반면, 5~10kg 빠진 사람은 약 34%, 10~15kg은 약 57%, 15kg 이상 뺀 사람은 무려 86%가 관해에 도달했습니다. 즉 효과를 낸 것은 특정 음식이 아니라 '의미 있는 체중 감량' 그 자체였습니다.
이 결과를 환자분께 그대로 전해 드리면 대부분 안심하십니다. "특별한 비싼 식품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핵심은 체중이다"라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한마음에서는 식단 상담을 '무엇을 끊을까'가 아니라 '석 달 동안 몇 kg을 현실적으로 줄일까'라는 목표 설정부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약은 영영 안 먹어도 되나요 — 정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여기서 솔직해져야 합니다. DiRECT 연구의 5년 추적 결과를 보면, 체중을 다시 회복한 분들은 당뇨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관해를 유지한 비율은 점점 줄었고, 끝까지 관해를 유지한 분들은 대체로 줄인 체중을 더 잘 지켜낸 분들이었습니다. 관해는 '완전히 병이 없어진 상태'가 아니라 '빠진 체중을 유지하는 동안 유지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께 "당뇨가 나았다"가 아니라 "당뇨를 잠재워 두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또한 식단으로 관해가 잘 되는 분은 진단 초기(대개 6년 이내), 과체중이 뚜렷한 분, 췌장이 아직 일하는 분입니다. 반대로 당뇨를 앓은 지 오래되었거나, 이미 인슐린 분비능이 많이 떨어진 분은 아무리 식단을 완벽하게 해도 혈당이 목표만큼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분께 "약을 끊고 식단만 하자"고 권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높은 혈당이 방치되는 동안 눈, 콩팥, 신경, 혈관이 조용히 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되는 분은 됩니다. 안 되는 분은 안 됩니다. 그리고 안 되는 분께 약을 쓰는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한국인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 '마른 당뇨'라는 함정
여기서 한국인에게 특히 중요한 이야기를 덧붙이겠습니다. 서양의 당뇨 연구를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췌장 크기가 작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는 체중이 정상인데도 당뇨가 오는 이른바 '마른 당뇨'가 많습니다. 비만형 당뇨가 대부분인 서양과 달리, 한국은 정상 체중 당뇨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앞서 식단의 핵심은 '체중 감량'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마른 당뇨인 분이 무리하게 살을 빼면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 함께 빠집니다. 근육은 혈당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기관이라, 근육이 빠지면 오히려 혈당 조절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른 당뇨인 분께는 "굶어서 빼세요"가 아니라 "단백질을 충분히 드시고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지키세요"가 정답이며, 이 경우 약을 일찍 쓰는 것이 췌장을 아끼는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같은 당뇨 환자라도 마른 당뇨인지 비만형인지를 반드시 나누어, 마른 당뇨인 분께는 체중 감량보다 근육과 췌장 보호를 우선하는 전혀 다른 식단·운동 처방을 드립니다.
그럼 식단은 어떻게 짜야 하나요 — '당뇨 식단'이라는 정답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그래서 뭘 먹어야 하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정직한 답은 의외로 "당뇨에 모두에게 똑같이 좋은 식단은 없다"입니다.
미국당뇨병학회의 영양치료 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당뇨 환자에게 가장 좋은 단 하나의 식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지중해식·DASH 식단·저탄수화물·채식 등 여러 방식이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종류가 아니라 공통 원칙입니다. 즉 정제 탄수화물(흰쌀밥, 흰빵, 설탕)과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소·콩류·통곡물·견과류와 충분한 단백질을 챙기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환자분께 큰 자유를 드립니다. 평생 먹던 한식을 통째로 버릴 필요 없이, '밥의 양을 줄이고 반찬과 단백질을 늘리는' 작은 조정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를 예방·관리하는 생활습관의 힘은 대규모 연구로도 입증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PP) 연구에 따르면, 당뇨 직전 단계에서 식단과 운동을 병행한 생활습관 교정은 당뇨 발병을 약 58%까지 낮췄고, 이는 약물(메트포민)의 31%보다도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께 "식단은 약보다 약합니다"가 아니라 "식단은 그 자체로 강력한 약입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그 약을 매일 빠짐없이 복용하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약을 시작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마지막으로, 약에 대한 오해 하나를 꼭 풀어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약을 시작하면 식단은 안 해도 된다" 또는 반대로 "약은 곧 내 몸이 망가졌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십니다. 둘 다 사실이 아닙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서도 당뇨 치료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환자 중심 접근'을 원칙으로 하며, 가장 먼저 권고되는 약인 메트포민은 체중을 늘리지 않고 저혈당 위험이 낮은 안전한 약으로 평가됩니다. 약은 식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식단이 효과를 내는 동안 혈당이 높은 채로 방치되지 않도록 췌장을 보호해 주는 동반자입니다. 실제로 초기에 혈당을 잘 잡아 두면 그 혜택이 오래 이어진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한마음에서는 약을 권할 때 "이제 식단은 포기하자"가 아니라 "약으로 췌장이 쉬는 동안, 식단으로 근본 원인을 함께 고치자"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혈당이 충분히 좋아지면 약을 줄이거나 끊는 시도도 함께 계획합니다. 약은 종착지가 아니라 정류장일 수 있습니다.
저는 내과 진료를 보면서 피부와 몸 전체를 함께 봅니다. 당뇨가 잘 조절되지 않으면 상처가 더디 아물고 피부 감염이 잦아지듯, 혈당은 결국 몸 전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는 '혈당 수치 하나'가 아니라 '그 사람 전체'를 보고 관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식단으로 당뇨가 나으면 약을 완전히 끊어도 되나요? A. 혈당이 충분히 좋아지면 의사와 상의해 약을 줄이거나 끊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구에 따르면 체중이 다시 늘면 당뇨도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약을 끊은 뒤에도 식단·운동·정기 검사는 반드시 유지하셔야 합니다. '끊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Q2. 저는 마른 편인데도 당뇨가 왔습니다. 더 굶으면 좋아질까요? A. 아닙니다. 마른 당뇨인 경우 무리하게 굶으면 근육이 빠져 오히려 혈당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께는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약을 일찍 쓰는 것이 췌장을 아끼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마른 당뇨와 비만형 당뇨는 전략이 정반대입니다.
Q3. 당뇨에 가장 좋은 식단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A.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모두에게 가장 좋은 단 하나의 식단은 없습니다. 지중해식, DASH, 저탄수화물 등 여러 방식이 모두 효과가 있습니다. 공통 핵심은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소·통곡물·단백질을 충분히 드시는 것입니다. 평생 드시던 식사를 버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Q4. 약을 시작하면 평생 못 끊는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닙니다. 당뇨가 오래되어 췌장 기능이 많이 떨어진 분은 약이 계속 필요할 수 있지만, 초기에 약과 식단을 병행해 혈당과 체중을 잘 잡은 분은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은 췌장을 보호하는 도구이지, 평생을 결정짓는 낙인이 아닙니다.
글 · 한마음플러스의원 내과 윤정이 원장 (내과 전문의·의학박사)
혼자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같이 보면 됩니다.
작성·의학 검토: 윤정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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