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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2026-06-17 · 윤정이 원장
혈압약을 처음 권해 드리면 거의 모든 분이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이거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 거죠?" 약을 시작하는 게 부담스러워, 진단을 받고도 몇 달씩 미루시는 분도 많습니다.
먼저 답부터 분명히 드릴게요. 혈압약은 중독되는 약이 아니고, '한번 먹으면 못 끊는' 약도 아닙니다. 다만 고혈압이 약 한 알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오래 관리하는 상태이다 보니 오래 드시는 분이 많은 것뿐입니다. 그리고 생활습관이 크게 좋아지면, 정기적인 점검 아래 약을 줄이거나 중단을 시도하는 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고혈압은 '한 번 잰 숫자'로 진단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검진이나 약국에서 한 번 높게 나온 숫자에 놀라 오십니다. 그런데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진료지침에서는 진료실 혈압이 수축기 140mmHg 또는 이완기 90mmHg 이상일 때를 고혈압으로 보되, 집에서 잰 가정혈압은 135/85mmHg를 기준으로 함께 보도록 권합니다. 병원에만 오면 긴장해 혈압이 오르는 분이 많기 때문이에요. 이걸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 진료실에선 140/90 이상으로 높지만 집에서 편하게 잰 혈압은 135/85 미만으로 정상인 경우죠. 그래서 어쩌다 한 번 140이 나왔다고 바로 약을 시작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약은 '숫자'가 아니라 혈관과 심장을 지키려고 먹습니다 혈압약을 먹는 진짜 목적은 숫자를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높은 혈압이 오래 가면 혈관·심장·콩팥·뇌가 조금씩 상하는데, 그걸 미리 막으려는 거예요. 이게 막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혈관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 9,361명을 대상으로 한 SPRINT 연구(NEJM 2015)에서, 혈압을 더 적극적으로(수축기 120 미만) 관리한 그룹은 표준 관리(140 미만)보다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주요 심혈관 사건이 약 25%, 모든 원인 사망이 약 27% 줄었습니다. 효과가 워낙 뚜렷해 연구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됐을 정도예요. 다만 오해는 마세요. 이 연구는 당뇨·뇌졸중 병력이 없는 '심혈관 고위험군'이 대상이라,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1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목표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핵심은 — 잘 조절된 혈압이 실제로 큰 병을 줄여준다는 것입니다.
약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생각보다 셉니다 "약 말고 방법은 없나요?" 있습니다. 그리고 강력합니다. 고혈압 식이요법으로 잘 알려진 DASH 연구(NEJM 1997)에서, 채소·과일·저지방 위주 식단은 혈압이 높은 참가자에서 수축기혈압을 평균 11.4mmHg, 이완기혈압을 5.5mmHg 낮췄습니다. 여기에 저염을 더한 DASH-Sodium 연구(NEJM 2001)에서는 효과가 더 커졌고요. 그 밖에 체중 감량,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절주(남성 하루 2잔·여성 1잔 이하)도 각각 혈압을 의미 있게 낮춥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식단을 통제한 연구 환경에서, 또 혈압이 높은 분들에게서 나온 결과라 누구나 똑같이 11mmHg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두세 가지만 꾸준히 합쳐도 약 한 알 몫을 하는 건 분명합니다.
그럼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도 있나요 네,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체중이 많이 빠지고 생활습관이 크게 개선되면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력한 체중 감량을 시도한 DiRECT 연구에서도 일부 환자는 혈압약을 안전하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연구에서, 약을 두 가지 이상 드시던 분의 3분의 2 이상은 결국 일부 약을 다시 써야 했습니다. 즉 '끊을 수 있다'는 건 꾸준한 혈압 모니터링과 의사의 판단 아래, 일부 환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예요. 잘 조절된다고 스스로 끊으면, 조용히 다시 오른 걸 모르고 지내다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 판단만큼은 꼭 같이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평생'을 걱정하기 전에 정리하면, 혈압약은 중독되는 약이 아니고 '평생'이 자동으로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 한마음에서는 혈압 숫자 하나만 보고 약을 드리지 않습니다. 인바디로 체성분과 내장지방을, 혈액검사로 콩팥·혈당·콜레스테롤을, 자율신경계검사로 긴장 상태까지 확인해 '이분의 혈압이 왜 이런지'부터 찾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잰 혈압 기록을 함께 보며 약이 꼭 필요한 때와 생활습관으로 충분한 때를 같이 정합니다. 필요 없는 약을 평생 드리지도, 정말 필요한 약을 막연히 미루지도 않으려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압약을 먹다가 끊으면 안 좋은가요? 스스로 끊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혈압은 끊어도 한동안 증상이 없어, 다시 오른 걸 모르고 지내다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줄이거나 끊는 판단은 혈압을 모니터링하면서 의사와 함께 정하는 게 안전합니다. Q. 가정혈압은 어떻게 재야 정확한가요? 여러 날, 아침·저녁에 안정된 상태로 측정한 평균을 봅니다. 가정혈압 기준 135/85가 진료실 140/90에 대응합니다. 기록해 오시면 진료가 훨씬 정확해집니다. Q. 혈압이 140 정도인데 꼭 약을 먹어야 하나요? 한 번의 140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여러 번·여러 날의 평균과 당뇨·콩팥병 같은 위험요인을 함께 봐서 정하며, 위험이 낮으면 생활습관부터 보기도 합니다.
글 · 한마음플러스의원 내과 윤정이 원장 (내과 전문의·의학박사)
혼자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같이 보면 됩니다.
작성·의학 검토: 윤정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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