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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140이면 약을 먹어야 하나요?
2026-06-18 · 윤정이 원장
건강검진에서 "혈압 140 나왔어요"라는 말을 듣고 내원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대부분 표정이 비슷합니다. 약을 먹어야 하는 건지, 한번 먹으면 평생 먹는다는데 그게 맞는지, 걱정이 한가득이신 채로 진료실에 앉으십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혈압이 한 번 140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약을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날 여러 번 다시 재서 정말 고혈압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그다음 환자분의 전체 심혈관 위험을 함께 본 뒤에야 "약이 필요한지"를 판단합니다. 어떤 분은 생활습관만 바꿔도 충분하고, 어떤 분은 처음부터 약이 꼭 필요합니다. 그 갈림길을 어떻게 나누는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140이라는 숫자는 무슨 뜻인가요?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을 진단하는 기준은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수축기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90mmHg 이상일 때입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진료지침에서도 이 140/90mmHg 기준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미국이 진단 기준을 130/80으로 낮춘 것과 달리, 한국은 우리 국민의 자료와 실제 진료 환경을 고려해 140/90을 고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수축기 혈압 140은 '고혈압의 문턱'에 해당합니다. 좀 더 자세히 나누면 이렇습니다.
· 120/80mmHg 미만: 정상 혈압 · 130~139 또는 80~89mmHg: 고혈압 전단계(주의가 필요한 구간) · 140~159 또는 90~99mmHg: 1기 고혈압 · 160/100mmHg 이상: 2기 고혈압
즉 140은 1기 고혈압의 시작점입니다. 병이 시작됐다는 신호이긴 하지만, 가장 낮은 단계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일률적으로 약'이 아니라 '판단이 필요한 구간'입니다.
한 번 재서 140이면 바로 고혈압인가요?
아닙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혈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변덕스럽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오기 직전 계단을 올랐는지, 커피를 마셨는지, 긴장했는지, 화장실을 참고 있는지에 따라 10~20mmHg는 우습게 오르내립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측정값으로 평생 갈 진단을 붙이지 않습니다.
MSD 매뉴얼을 비롯한 표준 진료 원칙에서도, 고혈압은 서로 다른 날 최소 2회 이상 측정해 확인한 뒤 진단을 확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의사가 한 번에 진단을 내리지 않고 며칠 간격을 두고 다시 재보자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러니 검진에서 140이 한 번 나왔다고 해서 "나는 이제 고혈압 환자구나" 하고 단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처음 혈압이 높게 나온 분께 곧바로 약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먼저 진료실에서 안정을 취한 뒤 양쪽 팔을 제대로 측정하고, 집에서도 재실 수 있도록 가정혈압 측정법을 알려드린 다음 다시 뵙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진단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환자분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백의고혈압'일 수도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만 혈압이 오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 앞에서 긴장해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을, 그래서 '백의(白衣)고혈압'이라고 부릅니다.
대한고혈압학회 기준으로 백의고혈압은 진료실 혈압은 140/90mmHg 이상이지만, 집에서 잰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은 135/85mmHg 미만으로 정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즉 병원에서만 높고 평소 생활 중에는 정상인 상태입니다. 학회는 백의고혈압이 여성과 노인에서 더 흔하며, 이를 가려내지 않으면 불필요한 약물 치료로 부작용만 생길 수 있으므로 약을 시작하기 전에 가급적 배제하도록 권고합니다.
이것을 가려내는 방법이 바로 가정혈압 측정입니다. 그래서 2022년 지침에서는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을 한층 강조해, 혈압이 높게 나온 분께는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을 추가로 재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며칠간 재본 평균이 진짜 그 사람의 혈압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안심하십니다. "병원에서만 높았던 거였네요"라고요. 실제로 그런 분이 적지 않습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진료실 혈압만 보고 약을 권하기보다는, 집에서 잰 기록을 함께 보면서 판단합니다. 약을 시작하는 결정은 신중할수록 좋습니다.
그럼 140이면 결국 약을 먹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핵심입니다. 1기 고혈압(140~159/90~99)에서 약을 바로 쓸지 말지는, 혈압 숫자 하나가 아니라 '심혈관 위험도'를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혈압 수치뿐 아니라 ▲당뇨병·고지혈증·흡연 같은 위험 인자의 개수 ▲콩팥·심장·눈 등에 이미 생긴 장기 손상 ▲과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병력을 종합해 위험도를 나누고, 그에 따라 치료 방침을 정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저위험 1기 고혈압: 다른 위험 인자가 없는 비교적 젊고 건강한 분이라면, 곧바로 약을 쓰기보다 먼저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시행하고 일정 기간 뒤 혈압을 다시 평가합니다.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분도 있습니다. · 중·고위험 1기 고혈압: 당뇨병이 있거나, 이미 콩팥·심장에 손상이 있거나,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분이라면 같은 140이라도 즉시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합니다. 위험이 높을수록 기다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혈압 140이면 약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은 "같은 140이라도 사람마다 다릅니다"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생활습관부터, 누군가에게는 처음부터 약이 정답입니다. 저희 한마음에서는 환자분의 혈압 숫자만 보지 않고, 당뇨·콜레스테롤·콩팥 기능·체중·흡연 여부까지 함께 봅니다. 마침 피부와 내과를 함께 진료하는 동네 의원이다 보니, 다른 일로 오신 분의 혈압을 우연히 발견해 챙겨드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한 사람을 여러 각도에서 보는 것, 그게 주치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약 없이 생활습관만으로도 혈압이 내려가나요?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여러 자료에서 일관되게 확인되는 사실은, 건강한 식습관·운동·금연·절주 같은 생활요법을 제대로 했을 때 그 강압 효과가 고혈압약 한 알에 견줄 만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체중 감량: 비만이 동반된 경우 본인 체중의 5~10%만 줄여도 혈압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살을 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비약물 치료 중 하나입니다. · 식이요법(DASH 식단): 과일·채소·통곡물·저지방 유제품 위주의 DASH 식단은 연구에서 수축기 혈압을 평균 8~11mmHg가량 낮추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1기 고혈압의 140대 초반에서는 이것만으로 정상 가까이 내려오기도 합니다. · 나트륨(소금) 줄이기: 하루 소금 섭취를 권장 수준(약 6g, 나트륨 2,300mg 이하)으로 줄이면 혈압이 분명히 내려갑니다. 국 국물을 남기고 찌개·젓갈·라면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운동: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루 30분~1시간 정도의 빠르게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권장됩니다. · 금연과 절주: 특히 흡연은 어떤 좋은 약을 써도 혈압 조절을 방해하므로 금연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다만 정직하게 한 가지는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생활요법은 효과가 분명하지만, 위험도가 높은 분에게서 약을 미루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뇨가 있거나 이미 합병증이 있는 분은 생활요법과 약을 함께 가야 합니다. 반대로 저위험인 분께는 "지금은 약 안 하셔도 됩니다, 대신 석 달만 같이 해봅시다"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안 해도 되는 약을 권하지 않는 것 또한 의사의 일이라고 믿습니다.
약을 시작하면 정말 평생 먹어야 하나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고, 가장 큰 오해가 있는 부분입니다.
고혈압약은 혈압을 '관리'하는 약이지 혈관을 '뚫어 고치는' 약이 아닙니다. 그래서 약을 끊으면 대개 혈압이 다시 오릅니다. 이 때문에 "평생 먹는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약이 나쁘거나 중독되어서가 아니라, 혈압이라는 조건 자체가 계속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경을 쓴다고 눈이 나빠지는 게 아닌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평생이 절대적인 것도 아닙니다. 체중을 많이 줄였거나 생활습관이 크게 바뀐 분은 시간이 지나며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 결정은 반드시 혈압을 보면서, 의사와 함께 단계적으로 해야 합니다. 임의로 끊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목표를 말씀드리면, 대한고혈압학회는 STEP 연구 등의 근거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낮춰야 하는 환자에서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단순화했습니다. 너무 강박적으로 낮출 필요는 없지만, 위험도에 맞는 목표를 향해 함께 관리해 가는 것이 합병증을 줄이는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에서 잰 혈압과 병원에서 잰 혈압이 다른데, 어느 쪽을 믿어야 하나요? A. 둘 다 의미가 있지만, 평소 상태를 더 잘 반영하는 것은 여러 날 측정한 가정혈압입니다. 가정혈압 기준은 135/85mmHg로, 진료실 기준(140/90)보다 약간 낮게 잡습니다. 아침과 저녁에 안정된 상태로 며칠간 재서 기록해 오시면 진단과 치료 판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Q. 140 정도는 증상도 없는데 꼭 신경 써야 하나요? A.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서 '침묵의 질환'으로 불립니다. 증상이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모르는 사이에 혈관과 콩팥, 심장에 부담이 쌓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아니라 숫자와 위험도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Q. 혈압약을 먹으면 기운이 빠지거나 부작용이 있다던데요? A. 약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지러움, 기침, 발목 부종 등이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대개는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해결됩니다. 불편하시면 참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치료의 일부입니다.
Q. 생활습관만으로 조절해 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A. 위험도가 낮은 1기 고혈압이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고, 저희도 그렇게 권합니다. 다만 기한을 정해(보통 수 주~수 개월) 가정혈압을 기록하며 함께 확인하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정해진 기간 뒤에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때 약을 더하면 됩니다. 순서의 문제일 뿐, 늦는 것이 아닙니다.
혈압 140은 끝이 아니라 시작점입니다. 잘 들여다보면 약 없이 관리할 수 있는 분도 많고, 약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은 평생을 건강하게 사는 든든한 도구일 뿐입니다. 숫자 하나에 너무 놀라지 마시고, 정확히 재고 함께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글 · 한마음플러스의원 내과 윤정이 원장 (내과 전문의·의학박사)
혼자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같이 보면 됩니다.
작성·의학 검토: 윤정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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